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가 1조 1,833억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해서 바이든 정부에서 마무리된 한미 협상 결과입니다.두 나라가 타결한 협정의 유효기간은 2025년까지 6년입니다. 다년간의 협정으로 안정성을 높였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합의했습니다.1년 6개월 만에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한미 방위비협상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봤습니다.■ 1년 6개월 진행된 '롤러코스터' 협상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위해 1991년부터 한국 정부는 주둔비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1991년 첫 해에는 한국이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1,800억 원)를 미국에 지급했고, 이후 30년 동안 부담 비용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2019년엔 처음으로 1조 원대를 넘어섰습니다. (처음에는 달러로 지급하다가 2005년부터 전액 원화로 계산합니다)한국이 부담하는 항목은 총 3가지입니다. 총액으로 보면,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40% 정도이고, 주한미군 시설 유지비가 45% 정도입니다. 군수지원비는 15% 정도 됩니다. 상당 금액이 다시 우리 경제로 환류되는 자금이기도 합니다.그런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 틀을 벗어난 요구를 했습니다. B-1B 폭격기 등 한반도 주변에서 전개하는전략 자산의 비용 등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기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최대 6조 원을 요구했습니다.2019년 9월 협상 시작한 이후 1년 반 동안 롤러코스터 같은 협상이 진행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7번을 만났는데, 접점을 찾지 못했고, 미국 협상단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적도 있었습니다.지난해 초 코로나19로 한미동맹 간 공조가 중요해지면서, 13%대 인상으로 일단 마무리하자고 최종 합의안을 만든 적도 있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결재했지만,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의 비토로 무산됐습니다.그렇게 2020년은 협정이 없는 공백 상태로 지나갔고, 1년 3개월 동안 협정 공백이 이어졌습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사태가 벌어졌고, 정부는 급하게 특별법을 마련해 우선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기도 했습니다.꽉 막혔던 협상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한 달 반 만에 타결됐습니다."동맹을 갈취하지 않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3.9% 오른 1조 1,833억 원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는 전년보다 13.9% 오른 1조 1,833억 원으로 정해졌습니다.유효기간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6년으로 해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협정 공백이 있었던 2020년 방위비는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해 총 1조 389억 원입니다.올해 방위비는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조 1,833억 원입니다. 이후 내년(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한국의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해 인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내년 인상률은 올해 국방비 증가율인 5.4%가 적용됩니다.한미 양측은 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사태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합의했습니다. 우선 협정 공백 시 전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협정상 최초로 명문화했습니다.또, 방위비가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로 더 배정되도록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앞선 협정에서는 인건비의 75% 이상을 방위비에서 충당하도록 했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그 비율을 87%까지 올렸습니다.외교부 당국자는 "올해 방위비 인상률은 인건비 최저비율 확대로 인한 인건비 증액분 6.5%와 국방비 증가율 7.4%를 더한 것으로, 올해 실제 인상률은 13.9%가 아니라, 7.4%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협정은 가서명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정식 서명되며,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의결하면 정식으로 발효됩니다.오는 17일로 예상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한미 양측이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양국의 협상을 이끈 정은보 협상대사(오른쪽)와 도나 웰튼 협상대표■ 원칙 지켜냈다 자평하지만…6년 간 7조 6천억 원 '부담'외교부 당국자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실제 정부 내에선 이번 합의가 우리 정부가 원하는 대로 잘 마무리됐다는 기류가 강합니다.이번 합의로 제도를 개선해서 우리 근로자들의 고용과 생계 안정을 강화하고, 방위비 분담금이 국내 경제로 환류되도록 더욱 확실하게 했다는 점에 특히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또 다년간 협정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내년부터 적용되는 인상률을 '국방 예산' 증가율에 따르기로 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이전 협정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매년 인상률은 2%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5%였습니다.이에 비해 이번 협정으로 방위비 분담금에 반영될 '국방 예산'의 매년 증가율은 훨씬 높습니다.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에 비해 5.4%, 2020년에는 7.4%가 올랐습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평균을 내봐도 국방 예산은 5.9% 인상됐습니다.이런 흐름대로라면, 방위비는 매년 5~6%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낮춰잡아 5%로 계산해도 이번 협정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분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는 7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특히, 물가상승률을 기준 삼았던 과거 협정 때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4% 인상이라는 상한선 (cap)을 두었지만, 이번 협정에는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국방 예산이 예측할 수 있고 객관적인 지표인데다가, 국회가 심의한다는 점을기준으로 삼은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또, "국력에 맞는 동맹관계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일본이 주일미군 주둔에 부담하는 방위비는 2016년 체결해 지난해까지 적용된 협정에서 연평균 1% 인상에 그쳤고, 지난달 협정을 1년 연장할 때도 상승률은 1.2% 였습니다.김경진 (kjkim@kbs.co.kr)▶ 더 빠르고 정확한 소식을 원하시면 KBS뉴스 구독!▶ 코로나19 언제 어떤 백신을 누가 맞을까?▶ 제보는 KBS! 여러분이 뉴스를 만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