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유럽 전기차 시장이 중국 못지 않은 거대 시장으로 변모 중이다. 삼성SDI가 실적으로 이를 먼저 증명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11조원을 넘겨 역대 최대치를 찍었는데 유럽향 매출액 비중이 처음으로 중국을 앞지른 것이다. 10일 삼성SDI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유럽향 매출액은 3조8159억원으로 중국(2조9168억원)을 앞질렀다. 삼성SDI의 유럽 지역 매출액이 중국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삼성SDI의 매출액은 크게 △에너지 및 기타 △전자재료 두 부문으로 나눠 공시된다. 에너지 및 기타에는 소형·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 등이 포함된다. 전자재료에는 디스플레이 등 IT 재료가 포함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에너지 및 기타'의 매출 비중이 80%를 넘겼다. 사실상 삼성SDI의 매출 대부분은 배터리가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삼성SDI의 유럽향 매출액은 2016년만 하더라도 1조원 미만이었지만 최근 5년 새 4.5배 늘었다. 중국향 매출도 같은 기간 2.4배 늘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유럽의 증가폭이 훨씬 더 컸다.이런 양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해부터 유럽이 친환경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기에 들어선 이유가 크다.중국도 보조금 정책을 쓰긴 하지만 주로 자국산 배터리 채용 자동차 회사에 국한하기 때문에 이는 그동안 삼성SDI 같은 외국 배터리 회사들엔 진입장벽으로 여겨져왔다.글로벌 전기차 시장 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7% 늘어난 139만5000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유럽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에서 중국을 제쳤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33만7000대였다.이처럼 유럽 전기차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낸 이유로 △EU(유럽연합)의 자동차 주행거리당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EU 회복기금을 통한 친환경 차량 보조금 활성화 정책 △매력적인 신모델 전기차 출시 등 세 가지가 꼽혔다.다른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유럽향 비중도 큰 폭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유럽 시장 본격 공략을 위해 삼성SDI는 최근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법인에 대규모 투자도 단행중이다.삼성SDI 헝가리법인(SDIHU)은 지난해 1조802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8년 전기차 배터리 양산 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같은 실적 개선에 대해 "헝가리 법인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유럽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실적 개선에 탄력받아 삼성SDI는 지난달 헝가리법인에 대해 4038억원 상당 유상증자와 5400억원 규모 채무 지급보증을 결정하는 등 총 1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사실상 헝가리 제2 공장에 시동을 건 셈이다.업계에서는 유럽에 이어 북미도 유사한 성장그림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북미 지역이 내놓을 친환경 정책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SDI의 북미향 매출액은 2016년 3543억원에서 지난해 1조4468억원으로 4.1배 성장했다.김성은 기자 gttsw@mt.co.kr▶부동산 투자는 [부릿지]▶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줄리아 투자노트<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