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한달새 2번 “통화정책 정상화” 언급증권가도 전망 수정 “하반기 금리인상 유력”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이르면 오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연내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소수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이 나온다면 이는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논의에 돌입했다는 신호다.오는 7월 금통위에서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성향의 소수 의견이 나오면, 금리는 늦어도 10월쯤 인상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은행한달 사이 3번 ‘금리인상’ 신호 보낸 한국은행조기 금리인상 신호는 지난 5월 27일 금통위에서 처음 나타났다. 이주열 총재는 “연내 금리인상 여부는 경제상황의 전개에 달려있다”면서 “경제가 호전된다면 그에 맞춰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날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4.0%로 큰 폭으로 올려잡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이주열 총재는 이어 지난 11일 ‘창립 제71주년 기념사’에서 “한국은행이 하반기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한 달 사이 두 차례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급한 만큼, 하반기 금리인상이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금통위에서 의결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도 “코로나로 억눌렸던 펜트업 소비(보복소비)가 분출될 경우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현재 기준금리가 0.50%로 낮은 수준”이라며 “경기와 물가, 금융 안정 상황을 봐서 한두 번 금리를 올린다고 긴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은이 하반기 두 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해석했다.한은 내부에서도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까지 내린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가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낮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어, 이르면 7월 소수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기회복세만 놓고 보면 바로 금리를 올려도 무방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면서 “금통위 내부의 매파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이 때문에 소수 의견이 나오고 오는 7월말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 곧바로 한은이 금리인상을 위한 움직임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6월 1일 오후 부산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하다. 우리나라 수출이 32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수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45.6% 증가한 50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금리인상 조건인 경기 회복·인플레 우려·가계부채 급증 갖춰”한은과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필요한 경제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 조건으로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 급증한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 증가 등이 꼽힌다.특히 국내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반등하면서 연 성장률도 전망치인 4%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9일 한은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올려잡았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성장률이 1.7%를 기록했기 때문에 2~4분기 성장률이 0.7% 중반에서 0.8% 근처만 되도 4.1~4.2%의 성장률이 나온다”고 말했다.2분기 들어서도 수출을 포함한 지표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우리나라 수출은 1년 전보다 41.2% 증가했고, 5월에는 45.6% 늘면서 두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6월에도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 증가세가 워낙 견조하기 때문에 경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들어 내수와 민간소비도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수 회복에 힘입어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한은도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겨야 하는데, 물가를 보는 한은의 시각도 최근 달라졌다.그간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 원인을 기저효과와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측 요인에서 찾았는데, 최근 들어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가 하반기 들어 분출되면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은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등 긴축을 시작할 때 주된 명분으로 활용된다.가계부채 급증도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고려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 가계 빚은 올 1분기 사상 최대인 1765조원을 기록했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 주식시장 활황에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는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주열 총재는 경기부양책와 완화적 통화정책의 단점을 언급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위험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실물경제에 비해 자산가격이 빠르게 상승, 그 결과 자산불평등이 심화되었으며 민간부채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부동산, 주식뿐 아니라 암호자산으로까지 차입을 통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가계부채 누증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라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6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올라선 것은 2019년 4월(2.0%)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증권가 “7~8월 소수의견, 10~11월 금리인상 유력” 전망 수정당초 한은이 내년 상반기쯤에야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던 시장 전문가들도 11일 이주열 총재의 창립 기념사를 계기로 전망을 잇따라 수정했다. 금리는 하반기 한번 올린 뒤 내년 중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였다. 인상폭은 지난 2017~2018년과 마찬가지로 한번에 0.25%포인트(p)씩 소폭 인상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대신증권은 올해 말 기준 기준금리가 0.7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이후로 예상했던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올해 4분기로 변경한다”면서 “한은이 3분기에 금융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추후 전개될 통화정책 일정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11월쯤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오는 7~8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4분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삼성증권도 기준금리 전망을 2023년 상반기 인상에서 올해 10~11월 0.25%p 인상으로 수정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통화정책 당국의 메시지가 ‘금융불균형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이재은 기자 jaeeunlee@chosunbiz.com]▶네이버에서 '명품 경제뉴스' 조선비즈를 구독하세요▶월드컵 영웅도 데려간 췌장암… 국내 신약 개발 현주소는▶“암호화폐 열풍, 2017년 도박판과 다르다"는 이유저작권자 ⓒ 조선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