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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재난지원, 구휼 맞춰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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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래채
작성일20-04-02 20:40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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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재정학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매일 이러저러한 새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나라가 떠들썩하다. 지원 조건 등을 알아보려는 국민의 문의가 해당 정부 사이트로 몰리면서 접속이 폭주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사태로 국민이 어려워질 때 국가가 나서서 구휼(救恤)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그러나 먼저 고려해 볼 점이 있다.

무엇보다, 그 목적이 코로나 사태로 곤경에 빠진 국민의 소득을 보전하는 ‘구휼’인지, 아니면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진의 타개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재정 지원의 방법이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재정 지원의 목적이 정해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아무리 목적이 훌륭해도 효과적이지 못한 정책이라면 재원의 낭비가 되고 만다. 또,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 대안은 공평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 형평성에 맞지 않아 여러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하면, 이로 인해 애써 만든 재정 지원 정책이 애초 목적에서 벗어나 변질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지원 규모는 정부의 재정 상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몇 년 새 급증하기 시작한 정부부채는 증가율에서 OECD 회원국 중 3∼4위다. 또한,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조세 수입도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전제로, 정부가 제안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먼저, 그 명칭에서 보듯이 ‘재난지원금’은 구휼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소비가 어려운 상황임을 생각하면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 부진을 타개하는 목적 달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에 합당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이러한 목적에 어긋난다. 당연히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에 지원돼야 하고, 필수 소비재를 구입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게 좋다. 재난지원금의 목적이 소비 진작이라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원하는 게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는 정부의 안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내놓은 소득 하위 70%에 대한 지원 방안은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지원 대상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어떤 가구가 더 낮은 경제적 상태에 있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역차별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원의 규모도 문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의 규모는 9조1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올해 예산 512조 원의 1.78%에 이르는 막대한 액수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상황이 벌어져 재정으로 극복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씀씀이를 아껴 재정 여력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정확히 구휼의 목적에 맞게 쓴다면 이보다 훨씬 적은 재정을 써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들어 부쩍 정부가 성급하게 정책을 내놓곤 한다. 국민의 어려움을 생각하는 마음이 급해서인지, 아니면 채 2주일도 안 남은 총선 때문에 조바심이 커진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설익은 정책을 던지고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좋게 보면 민주주의에 충실한 것이라 하겠지만, 달리 보면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행동이다. 국가의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들 눈에는 더욱 후자로 보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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