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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모든 공공시설물을 혁신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테스트베드 서울' 선언이다.

중소벤처기업이 개발한 혁신제품을 상용화하기에 앞서 도로, 병원, 지하철, 월드컵공원 등의 공간에 최대 1년간 직접 도입해서 사용해보고, 그 결과에 대한 성능확인서를 발급해 기업 성장을 위한 레퍼런스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기업당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한다.

세계는 바야흐로 경제전쟁의 시대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도시 간에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가 4차 산업혁명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아니라 온고후혁신(溫故後革新) 시대라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어도 서울이 경쟁 상대로 여길 만한 글로벌 유수의 도시들, 예컨대 베이징, 도쿄, 뉴욕, 런던 등은 도시 경쟁력은 물론이고 혁신창업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성장해 중견기업 나아가 유니콘으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인정받고 팔려서 매출을 올려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회사의 유지 존속에 필요한 고비(이른바 죽음의 계곡)를 넘지 못한 채 폐업,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서울시의 테스트베드 사업은 여러 면에서 기업들이 환영할 만한 내용이 많다. 기술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지만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혁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초기 시장 형성과 판로 개척이 어려워 사업화가 진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화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판매·납품 실적 없이는 기존 시장의 진입장벽을 뚫기 어려운 게 기업들이 처한 현실이다. 창업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실증과 구매, 사업성 검증 과정은 가장 필요하고 선결돼야 하는 과제다. 서울시와 같이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에서 제품을 써 준다는 것 자체가 판로 개척에 목마른 기업에는 단비와 같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 도시들은 이미 혁신기술에 대해 테스트 장을 제공하고, 공공구매를 확대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선전시는 시내버스 1만6000대와 택시 2만2000대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물량의 대부분을 BYD사로부터 공급받았다. 이에 힘입어 BYD는 지난해 24만8000대에 달하는 전기차 판매량을 달성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라는 고지에 올랐다.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애리조나, 미시간, 조지아주 등 25개 도시에서 받은 총 1600만㎞에 달하는 시험주행 지원 덕분에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내놓더라도 대중성이 없거나 실용화가 어렵다면 그 기술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테스트베드 사업처럼 실질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끊임없는 발전,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베드 사업을 통한 단발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로의 연계, 인재의 공급 등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으로 확대돼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실증을 통해 보완되고 추가되는 기능에 대해 또 다른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면, 스타트업들이 중견 기업을 거쳐 유니콘 기업으로 커가는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의 '테스트베드 서울' 선언이 혁신기업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테스트 공간과 레퍼런스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를 바꾸고 시민의 삶을 더 편하고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면 서울이 혁신기업들의 테스트베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자명할 것이다.

[진대제 서울혁신성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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