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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0년 7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2015년 12월 이후 이어졌던 통화긴축이 끝나고 돈을 푸는 쪽으로 정책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이번 결정이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유럽과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통화정책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밑돌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통화 완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0.1%로 유지하며 양적완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인도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도 앞다퉈 금리를 내리며 '돈 풀기'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3~4년 지속됐던 각국의 긴축 기조가 바뀐 이유는 중국·유럽 경제의 악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10년 가까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 현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금리를 인하한 것은 미국으로 번질 경기 침체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파월 의장도 유럽과 중국 등 다른 지역의 경기 둔화와 미·중 통상마찰에 대비한 '보험성 인하'라는 점을 강조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면 우리 경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글로벌 환율전쟁이 벌어지며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1.0% 하락한 461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앞다퉈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트린다면 우리 수출은 더 어려워진다. 글로벌 유동성이 넘치면 국내 자본시장의 변동성도 커진다. 과도하게 풀린 돈이 국내로 유입됐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부문 총괄대표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돈이 풀려 싼 자금이 시장에 넘쳐도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자산 거품만 키운다면 금융시장 붕괴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금리가 충분히 낮은 상황에서 돈을 푼다는 것은 더 큰 위기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촉발될 각국 중앙은행의 돈 풀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글로벌 환율전쟁과 수출 경쟁력 약화,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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